파킨슨병 10년 차 보호자로서 이 병과 싸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어머님의 몸이 굳어갈 때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어”라며 어머님이 삶의 의지를 놓으려 하실 때, 그 깊은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마주하는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런 시기가 오면 무슨말을 해도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는것 같습니다. 정말 답답했고 보호자인 저도 우울해지는듯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으며 설명해주신 내용을 정리 한것 입니다.
많은 보호자분이 환우의 ‘운동 능력’에만 집중하느라 ‘마음의 병’을 놓치곤 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파킨슨 환자의 재활 의지를 꺾는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입니다. 오늘은 10년의 간병 경험과 간호학을 공부하는 큰딸의 조언을 더해,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파킨슨 우울감 극복 3단계 심리 처방전을 공유합니다.
1. 우울감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뇌의 호르몬’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보호자가 인지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파킨슨 환우의 우울증은 본인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도파민 고갈이 불러오는 필연적인 감정
간호학과에서 공부하는 큰딸은 제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아빠, 파킨슨병은 기쁨과 의욕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 뇌에서 줄어드는 병이잖아요. 몸이 굳는 것만큼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도 당연한 생리적인 현상이에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어머님을 다그쳤던 제 모습을 깊이 반성했습니다. 우울감은 질병이 만든 증상일 뿐, 어머님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막상 당시에는 생각 할 수 없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아~ 어머니가 아프셔서 그랬구나” 라고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질책 대신 ‘공감의 언어’를 기획하세요
“왜 이렇게 의욕이 없으세요?”, “노력하셔야죠!”라는 말은 독약과 같습니다. 보호자는 환우의 불안을 읽어주어야 합니다.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여서 많이 속상하시죠. 제가 곁에서 다 도와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라는 따뜻한 공감 한마디가 환우의 굳은 마음을 녹이는 최고의 항우울제입니다.
Tip! 답답하다는 듯한 말은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그냥 그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말을 해야 합니다.
2. 10년 차 보호자의 실전! 일상 속 ‘천연 도파민’ 충전법
떨어진 호르몬을 약으로만 채울 수는 없습니다. 일상에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기획된 활동’이 필요합니다.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그림 그리기
우울감은 ‘나는 쓸모없어졌다’는 무력감에서 옵니다. 저는 이 무력감을 깨기 위해 제 취미인 했습니다. 백지 위에 선을 긋고 작은 꽃 한 송이를 완성했을 때, 어머님의 눈빛이 반짝이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작은 성공의 경험이 뇌에 긍정적인 도파민을 분비시킵니다.
음악과 노래가 만드는 기적의 심리 치료
저는 평소 노래 부르기를 즐기고 음악 채널을 운영하며 리듬이 주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우울해하실 때면, 어머님의 애창곡이나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가 앞서 다룬 에서도 알 수 있듯, 노래는 우울한 감정을 환기하고 뇌 신경을 깨우는 가장 강력하고 즐거운 치료제입니다. 신나게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나면 어머님의 표정은 몰라보게 밝아지셨습니다.
3. 몸을 움직여야 마음의 먹구름이 걷힙니다
우울증에 빠지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근육은 더 굳고, 마음의 병은 더 깊어집니다.
햇빛 샤워와 함께하는 가벼운 산책
햇빛은 천연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분비를 돕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를 활용해 집 앞 공원이라도 꼭 나가보세요. 바깥공기를 쐬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환우의 뇌는 엄청난 자극을 받습니다.
무리가 가지 않는 ‘안전한 홈트레이닝’
외출이 힘든 날이라면 집 안에서 움직임을 만들어주세요. 제가 10년 동안 어머님과 실천한 나 은 몸의 경직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오늘도 내가 운동을 해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어 우울감을 털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보호자의 밝은 에너지가 환우의 세상을 밝힙니다
보호자 여러분, 환우분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긴 싸움입니다. 때로는 원망 섞인 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우분이 겪고 있는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여러분은 유일한 빛이자 희망입니다.
10년 동안 어머님을 모시며 제가 깨달은 최고의 치료법은, 결국 제 자신이 지치지 않고 긍정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보호자가 웃어야 환우도 따라 웃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막상 하려니 어려우실겁니다. 저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매일 노력하는거죠. 요즘은 어머님께서 망상이 심해지셔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어째든 비타소리는 환우분들의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힘찬 발걸음과 따뜻한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함내세요!!